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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16] 경향신문_에이전시 100여곳에 지원 칠전팔기 독하게 도전”
서초노인 2008-07-16

서초노인종합복지관 노인모델사업단 'S_Entertainment ' 에서 활동하시는 최정윤어르신이 소개되었습니다.

 

 

 

에이전시 100여곳에 지원 칠전팔기 독하게 도전”

입력: 2008년 07월 16일 15:26:35
ㆍ실버모델 5년차 최정윤씨

실버 모델에 단역이 많다고 해서 ‘할 일 없는 노인들의 소일거리’로 생각한다면 대단한 실례다. 일곱 번 퇴짜 맞으면 여덟 번 도전하겠다는 ‘독한’ 의지 없이는 광고 계약을 따내기 어렵다. 5년째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최정윤씨(65)는 “오디션을 100번 봤는데 모두 떨어지면 200번이라도 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단번에 모델로 뽑히기를 기대한다면 아예 이 일을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최씨가 이 길로 들어선 것은 젊은 시절의 꿈 때문이었다. 배우나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먹고 사는 일이 급해 선뜻 나서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베트남에서 벌였던 사업이 신통치 않아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계기가 됐다. 그간 잊고 살았던 꿈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2003년 프로필 사진을 들고 서울 여의도에 몰려있는 연기자 에이전시를 일일이 방문했다. 드라마 ‘연개소문’과 ‘거침없이 하이킥’ 등에 지나가는 단역으로 출연할 수 있었다.

2년 후 그는 모델로 방향을 틀었다. 모델 에이전시는 강남에 많았다. 그의 출퇴근 지역도 여의도에서 강남으로 바뀌었다. 100여곳이 넘는 모델 에이전시에 프로필 사진을 넣었다. 오디션을 보자는 연락이 왔고, 운 좋게도 몇 군데 합격했다.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등의 광고를 찍었다.

탤런트 한가인씨와 함께 가전제품 광고를 촬영하고 있는 최정윤씨(오른쪽). <삼성전자 제공>
최근에 촬영한 어느 가전제품 광고에서 그는 탤런트 한가인씨의 친정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한씨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최씨는 “괜히 나까지 스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며 기분좋게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방영된 광고에는 얼굴 한 번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는 현재 홈쇼핑 방송 2곳에도 고정 출연하고 있다. 염색약, 정수기 등을 판매할 때 홈쇼핑 측에서 실버 모델을 원하기 때문이다. 생방송 도중 다른 모델들과 함께 제품을 직접 써보는 연기를 하면 된다. 초기엔 생방송이라는 부담 탓에 떨기도 했지만 이젠 능숙하다.

본래 남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모델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 나서기 전에는 누구도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할머니 모델과도 곧바로 부부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쑥스러워하거나 어색해 하면 금세 감독의 눈 밖에 난다. 그는 “남이 시키기 전에 먼저 나서지 않는 모델은 이 세계에서 생존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씨의 소망은 모두에게 기억될 광고에서 주연급 모델로 연기하는 것이다. 그는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유명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산다”며 “세월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