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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19]고령화시대 어르신 모델 떳다
천유화 2013-02-19

노인 모델 사업단 'S_엔터테인먼트(S_Entertainment)'

모델의 세계에 도전장을 던진 어르신들이 있다. 서초구 노인 모델 사업단 'S_엔터테인먼트'의 노인 모델이 그들이다. 끼와 열정에 연륜이 더해져 개성 있는 모델로 주목받는 어르신들을 만나봤다.

 

■ 영화 속 손님부터 CF모델까지

S_엔터테인먼트 소속 노인 모델들이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서초구립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 모였다. 왼쪽부터 권영국, 윤이남, 길정애, 강희중, 김영희, 심명애, 서임철, 우정옥씨.

"젊은이들만 모델 하란 법 있나요? 요샌 노인 모델도 인기랍니다." 서초구의 노인 모델 사업단 'S_엔터테인먼트(S_Entertainment)' 4기 출신인 김영희(73)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해 개봉된 영화 '댄싱퀸'에 출연했다. 여주인공 엄정화와 그의 친구가 미장원에서 손님의 머리를 하며 이야기하는 장면에 손님으로 등장했던 이다. 김씨는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S_엔터테인먼트는 서초구 양재동의 서초구립양재노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2007년부터 운영하는 노인일자리사업 가운데 하나다. S_엔터테인먼트의 'S'는 서초(Seocho), 노인(senior), 만족(satisfactory), 선풍적 인기(sensational) 등의 단어에서 차용한 이니셜이다. 강병열(57) 서초구청 사회복지과 팀장은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다양한 실버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노인 모델을 필요로 하는 곳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전국 최초로 시작한 노인 모델 사업단인 S_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1~6기 어르신 180여 명이 모델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TV 광고는 물론 다양한 매체에서 수많은 역할을 해봤다는 강희중(68)씨는 "지난해 12월에는 가수 김장훈의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가했다"며 "영하의 날씨였는데도 추운 줄 모르고 열심히 춤을 췄다"고 말했다. 동기인 권영국(72)씨와 윤이남(67)씨는 부부 광고모델이자 뮤지컬 배우다. 권씨는 '실버 코러스라인' '러브' 등 뮤지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윤씨는 편안한 인상으로 냉장고와 보험사 광고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아침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며 손자들이 더 좋아한다"고. 은빛 머리카락이 트레이드마크인 5기 서임철(72)씨는 "머리를 검게 염색했을 때는 오디션에서 자꾸 떨어졌다"며 "너무 노인 같지 않다는 주위의 충고에 염색하기를 포기했더니 모델 일거리가 늘었다"며 웃었다.


■모델 하며 자기 관리 철저해져

노인 모델들은 복지관에서 정기적인 모델 교육을 받는다. 연기 기초 이론부터 실습까지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실전에 가까운 수업이 이뤄진다. 직접 영화나 연극을 관람하는 현장학습도 간다. 어르신들은 좀 더 풍부한 감정 표현을 위해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연극반' 등에서도 활동하며 역량을 키워나간다. 만 60세 이상의 노인 모델들은 TV CF와 잡지, 포스터의 광고 모델이나 영화 보조 출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는데 본인의 활동실적에 따라 출연료를 받는다. KBS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재연배우로도 출연한 경력이 있는 3기 길정애(64)씨는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면 일찍 포기하기 마련"이라며 "일 자체를 즐기다 보면 나중에 용돈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5기 우정욱(74)씨는 "모델 일을 하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 몸가짐을 더 조심하게 된다"며 "거울 한번 더 들여다보고 허리 한번 더 꼿꼿하게 펴니 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촬영을 버텨야 하므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에 운동도 열심히 한단다.

서초구는 매년 2회의 오디션을 통해 신규 모델을 선발한다. 지난해 10명을 뽑는 하반기 오디션에는 346명이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고 전한다. 5기 심명애(64)씨는 "노인 모델에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고는 얼마나 기쁘던지 아직도 그 문자를 지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_엔터테인먼트의 노인 모델들은 "모델을 하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될 분이라면 누구든 도전해보라"고 입을 모았다. 2013년 상반기 오디션은 4~5월에 있을 예정이다. 문의 (02)578-4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