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
지난 1월 8일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들이 자격증 취득에 관심 있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강아지 특성을 알려주기 위해 서초구립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 모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소희, 박성천, 윤혜성, 김태숙, 박순자씨.
◇10년 이상 개·고양이 키운 어르신들 참여
개·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기르며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이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직업도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서울시민의 주요 사회·생활상을 담은 '2014년 서울시 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서초구 가구의 33.2%가 반려동물을 키우며 이는 서울시 자치구 중 반려동물 보유가구 1위에 해당한다. 서초구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처음으로 어르신 대상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 교실을 개설해 어르신이 활기차고 당당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 9~11월 서초구립양재노인종합복지관(이하 양재노인복지관)에서 운영된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 교실 1기는 평균 10년 이상 반려동물을 키운 어르신 10명이 참여했다. 이용우(33) 양재노인복지관 노인일자리팀장은 "자격증에만 관심 있는 분인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 분인지 제대로 판단할 필요가 있어 사전 인터뷰를 통해 자격증 교실 1기 참여자를 선정했다"며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10년 이상으로 개·고양이 관련 지식을 갖춘 어르신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자격증 교실 1기의 교육 과정은 양재노인복지관과 업무 협약을 맺은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광진구 능동로 51)에서 진행했다. 어르신들은 3개월 동안 개·고양이의 특성, 반려동물 분양과 장례 절차, 동물 보호 등 반려동물 관리에 관한 지식을 배웠다. 자격증 교실 1기 참여자 중 최연장자 박성천(77)씨는 "수십 년 전 '미니어처 핀셔'를 키우면서 각종 애견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를 포함해 자격증 교실 1기에 도전한 어르신 10명은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자격증을 취득해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가 되었고, 새로운 인생 설계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애정 어린 관리로 이용 주민 만족도 높아
양재노인복지관에서는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필요한 가정이나 일손이 부족한 애견카페, 동물병원 등에서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부터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는 각 가정이나 동물병원 등에 파견 나갈 경우 먼저 관리할 개·고양이의 종을 파악하고 나이, 건강 상태 등을 따로 기록한다. 배변과 먹이, 산책 등 관리할 동물의 습관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살핀다.
박성천씨는 "이웃 주민이 출장을 간다고 해서 그 집 푸들을 며칠 돌봐줬다"며 "사료를 잘 챙겨주고 오전·오후 하루 두 번 산책시키고 목욕까지 깨끗하게 시켰더니 출장에서 돌아온 견주가 아주 만족해하며 소문을 많이 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자격증 교실 1기 참여자 박순자(68)씨는 양재노인복지관에서 연결해준 푸들 한 마리를 관리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박씨는 "지난달 사흘 동안 푸들을 돌봐줬는데 강아지가 얼마나 예쁜지 내가 더 위안을 받은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산책하러 나갔을 때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 견주에게 보여줬더니 흡족해했다"고 했다.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에게 반려동물을 맡기는 비용은 현재 하루 1만원이지만, 반려동물의 종이나 상황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한발 늦어 참여하지 못했다는 강소희(61)씨는 올해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 교실이 개설되기만을 손꼽고 있다. 강씨는 "반려동물은 무엇보다 마음이 통해야 한다"며 "사랑을 주면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자신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양재노인복지관의 어르신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 교실 2기는 오는 4월에 개설될 예정이다. 문의 (02)578-4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