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구 ‘체인징 데이’ 호평
부서장 끼리 업무 바꿔 점검
조은희 구청장 일일 복지관장 저소득층 복지 현장 속으로
동장·팀장까지 확대할 방침
“안녕하세요. 반찬 배달 왔습니다.”
3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노인종합복지관.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몸이 불편해 복지관에 찾아오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밑반찬 배달에 나섰다. 밑반찬 가방을 손에 든 조 구청장이 찾은 곳은 오랜 암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신모(85·양재동) 어르신 가정. 뜻밖의 손님에 깜짝 놀란 노 부부는 조 구청장을 반갑게 맞았다. “복지관에서 주말이고 밤낮이고 전화해서 잘 있냐고 안부 묻고, 반찬도 챙겨줘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에 조 구청장은 “할머니 단팥빵 좋아하세요? 오후에 단팥빵 보낼게요”라며 작지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날 조 구청장이 직접 반찬 배달에 나선 데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조 구청장은 구청 간부들이 자리를 바꿔 근무하는 ‘체인징 데이’인 이날 양재노인종합복지관장으로 직함을 바꿔 회의를 주재하고, 반찬 배달도 나섰다. 양재노인종합복지관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 어르신 60여 명에게 매주 두 차례 정성을 들여 만든 밑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체인징 데이’는 조 구청장이 직접 짜낸 아이디어로 주요 업무를 부서장끼리 서로 바꿔 점검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협업뿐 아니라 청렴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마련한 정책이다.
조 구청장은 이날 복지관장처럼 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업무를 보고받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어르신 일자리 지원이 최고 복지”라며 “일자리를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해지고 자활에 성공하게 되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회의를 마친 조 구청장은 5층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겨 어르신 47명과 함께 라틴댄스 리듬에 맞춰 흥겹게 스텝을 밟기도 했다. 구는 지난 17일 처음 실시해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체인징 데이를 동장, 팀장까지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조 구청장은 “체인징 데이는 협업뿐 아니라 청렴성과 연결돼 있다”며 “기관과 부서가 서로의 업무를 공개하고 교차 점검하는 효과가 있어 투명한 행정을 만들고 주민들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