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75 신중년들이 제2의 사랑을 찾는 장소 '복지관' >
발표자 : 변영복 안전관리사
“감기 몸살에 장염까지 겹쳐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었는데 어느 날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어요. 누군가 봉투를 놓고 갔다는 거예요. 봉투속에는 복지관 통키타 반에서 나눠준 악보하고 플라스틱 팩에 담긴 염소탕, 그리고 메모가 있더라고요. 아! 오 선생인가 싶어 심장이 두근두근 ...,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김여사. 뜨근할 때 담흘리면서 먹고 얼른 건강 회복해서 같이 놀러 가요!`. 쪽지엔 이렇게 쓰여있었답니다.”
충북 청주에 사는 66세 김여사와 `남친` 오선생의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가 인터넷 다음카페 `아름다운 60대` 게시판에 올라오자 응원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김여사는 너무 좋겠다! 염소탕 대령하는 친구가 간절한 맘으로 챙겨주니 얼마나 행복할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지금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57세이상 신 중년만 인증을 거쳐 가입할 수 있는 이카페 회원은 현재 2만여명. 막 시작된 사랑을 격려해주고 있었다.
사연을 올린 김여사와 오선생은 요즘 신 중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복지관 커플, 일명 `BC(Bokjikwan couple)이다. 전국의 수많은 복지관에서는 오늘도 김여사와 오선생같은 BC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한국노인상담센터 이호선 센터장은 “복지관이 요즘 신 중년 연애의 메카”라고 했다. 복지관은 경로당과는 달리 60/70대 건강하고 의욕 넘치는 젊은 어르신들이 모여드는 곳인 데다 온종일 운동과 취미 활동을 함께하면서 연애 감정이 싹튼다는 것이다. “마치 대학 캠퍼스 커플들처럼 그렇게 연애를 하세요. 공개 연애를 하는 분부터 남자 한분이 여섯명의 여자분을 만나는 경우까지 봤어요.”
종로노인복지관에 다니는 67세 양모 할머니는 지난해 2월14일 발렌타인 데이에 같은 복지관 할아버지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복지관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양반이 뜻하지도 않게 식당에서 밥먹는 와중에 주머니에서 초콜렛을 꺼내더니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입니다`하면서 주더라는 것이다. 손도 꼭 잡아줬다. 양모 할머니는 “정말 설레고 행복해서 백화점에서 이탈리아제 초콜릿을 사서 답례했다”고 자랑했다. 이 복지관에 다니는 할머니 중에는 남자 친구와 커플티/모자까지 맟춰 입고 나타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법. `연애의 일생`은 2030세대나 6075 신중년 세대나 똑같이 적용된다. BC사이가 깨지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복지관에 나오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학 동아리 내에서 사귀다 헤어지면 그 중 한명은 동아리에 나타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사랑과 연애에 천착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다가오는 죽음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내가 쇠퇴하고 죽어간다는 두려움을 역전시키려고 사람을 만나 인정받고 교감을 나누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복지관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출발점을 두고 봉사에 임해야 한다.
톨스토이가 삶의 끝자락에서 써내려간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는 사랑, 행복, 영혼, 삶, 죽음, 말, 진리, 노동등 여러 주제가 서로 손을 맞잡은 채 담겨있다. 그는 이 가운데 제일을 `사랑`이라 이야기한다. ”악기 연주하는 법을 배우듯 사랑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일이다. 타인 또한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람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이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